동화풍 기출변형 배틀로얄, '로얄 크라운' 체험
라인 게임즈가 유통하는 미어캣 게임즈의 신작, ‘로얄 크라운’ 이 지난 2월 말 국내 정식 출시했습니다. 이미 해외에서는 지난해 4월부터, 소프트런칭을 통해 일부 국가에 서비스 되어 플레이어들이 경험했던 게임이죠. ‘트리 오브 세이비어’ 가 생각나는 동화풍의 그래픽과 배틀로얄의 결합이라는 특징으로 많이 알려졌습니다.
이제 국내 출시 2주를 막 넘긴 지금 ‘로얄 크라운’ 이 어떤 게임인지 한번 체험기를 작성해 보았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로얄 크라운’ 은 동화풍 그래픽에 쿼터뷰 배틀로얄이 합쳐진 게임입니다. 둘 다 이제는 그다지 낯선 요소가 아닌데요. 먼저 동화풍 그래픽은 미리 언급한 ‘트리 오브 세이비어’ 나 ‘라그나로크’ 같은, ‘악튜러스’ 에서 출발한 계승자들이 있고, 스킬 기반 쿼터뷰 배틀로얄(즉, MOBA 타입의 배틀로얄)은 지난해 열풍이 불었던 ‘영원회귀: 블랙 서바이벌’ 이 있습니다. 쉽게 생각하자면 그 둘을 적당히 섞어두었다고 보셔도 되고, 그에 따른 유사한 점과 다른 점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일단 한 번에 투입되는 플레이어는 30명으로서, 솔로 플레이에서 플레이어는 29대1의 경쟁률을 뚫고 살아남아야 합니다. 게임이 시작되면 섬을 가로지르는 비행선이 경로를 따라 비행하고, 플레이어가 낙하 지점을 선택할 수 있죠.
그리고 이보다 앞서, 플레이어는 자신의 파밍 루트를 설계하고 저장할 수 있습니다. ‘영원회귀’ 에서 보았던 그 시스템을 떠올리시면 될 것 같습니다. 프리셋 이라고 부르는 이 시스템을 통해서 한 캐릭터당 10개까지의 파밍 루트를 설계해놓을 수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다른 사람이 미리 설계 해놓은 프리셋을 빌려오는 기능도 있죠.
이렇게 프리셋을 따라서 섬의 각 지역을 찾아가게 됩니다. 수십개에 달하는 섬의 지역은 몇가지 카테고리로 분류 됩니다. 상자 파밍이 가능한, 버려진 건물들이 가득 찬 거점(여신상)들, 그리고 늑대나 고블린 같은 몬스터로 채워져 있는 사냥터(몬스터)가 대표적이고, 그 사이를 에픽 몬스터 야영지나 포탈, 광물이나 식물 등 채집할 수 있는 작은 파밍 장소나 상자들이 채우고 있습니다.
각 지역은 저마다 다른 종류의 아이템을 드랍합니다. 이게 루트를 짜는 근간이 됩니다. 익숙하실 개념이니 길게 설명할 필요까지는 없겠지만, 이 게임의 루트는 순서도 제법 중요한 편입니다. 왜냐하면 사냥터에서만 얻을 수 있는 재료도 있고, 사냥터의 몬스터들은 기본적으로 6~7레벨로 시작하기 때문에 초반부터 사냥터에서 파밍을 하는건 효율이 극히 나빠지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포탈, 그리고 탈것을 탈 수 있다는 특징 덕분에 이 게임의 파밍은 제법 진중하고 또 머리를 써야 합니다.
이렇게 파밍을 하고나면, 또는 파밍하는 중에라도, 승자를 가리기 위해선 결국 전투를 벌여야 하겠죠. 이 게임의 전투는 MOBA처럼 쿼터뷰 스킬 기반이기 때문에 누구나 익숙할 겁니다. 각 캐릭터는 QWE R까지 4개의 스킬을 가지고 있고 이중 R은 궁극기입니다. QWE 은 레벨업할 때마다 1씩 올릴 수 있고, R은 6레벨부터 일정 레벨마다 자동으로 상승합니다.
각 캐릭터별 차이는 이 스킬에서 나오는데, 하나의 패시브와 4개의 스킬을 가지고 있는 구조는 익숙하죠. 제가 가장 애용한 타입은 잭ㅅ… 아니 소냐였습니다. 소냐는 Q로 돌진해서 E로 데미지를 막고 스턴시킨 뒤, 강한 평타와 평타에 달린 체력 재생으로 지속전을 이끌어가는 타입입니다. 캐릭터마다 다른 전법이 있고, 이 덕에 초반부터 후반까지 강한 구간이 서로 다르기도 합니다. 소냐는 초반에 강력하기 때문에 공격적인 운용이 필요하고, 발리스타나 셀카는 후반으로 갈수록 성장폭이 크기 때문에 빠른 파밍을 도모해야 하죠.
‘로얄 크라운’ 에서 하나 독특한 특징은 이 게임은 모바일 플랫폼과 크로스 세이브를 지원한다는 것입니다. PC 스팀 유저와 모바일 유저가 같이 게임을 플레이하지는 않지만, 플레이어가 사용하는 계정은 하나로 통일할 수 있고 모든 진척도와 현황이 공유됩니다.
이 덕분인지 몰라도 ‘로얄 크라운’ 의 많은 부분에서 모바일 플랫폼의 영향을 받은 요소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사운드를 직접 듣지 않고 플레이하는 경우가 많은 모바일 게이머들을 위한 사운드 시그널이 있겠죠. 근처에서 플레이어의 소리가 나면 그쪽 방향으로 인디케이터를 표시해주는 기능입니다.
이처럼 게임의 기본 요소는 매우 익숙합니다. 지금까지 ‘리그 오브 레전드’ 같은 MOBA 나 ‘PUBG’ 같은 배틀로얄, 또는 ‘영원회귀: 블랙 서바이벌’ 을 플레이 했다면 전혀 이질감 없이 적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고, 대부분의 경우 그런 게임에서 얻었던 경험치가 통용됩니다. 예를 들어 기술 사용이나 전투시 카이팅 같은 센스 말이죠.
하지만 이 게임이 모든 면에서 마냥 다 같은 것은 아닙니다. 크게 단점과 장점 세가지씩을 짚어보고 가겠습니다.
■ 단점
느린 전투의 속도감
가장 큰 단점은 전투의 속도감이 무척 느리다는 것입니다. 이 게임의 TTK(Time To Kill)는 다른 배틀로얄 게임들과 비교했을 때 굉장히 깁니다. 또는 ‘리그 오브 레전드’ 같은 다른 MOBA 와 비교해도 굉장히 길다고 느껴집니다. 기술들의 쿨타임은 10초 내외로 다른 게임들하고 비슷한데, TTK 는 기니 전투 자체가 다소 지루하게 느껴집니다. 또한 전투를 박진감 있게 만들어주는 시각 효과나 음향 효과도 부실한 편입니다.
속도감 자체가 느린 것은 어느정도 컨셉의 차이라고 할 수 있으나, TTK 가 길어짐으로서 ‘배틀로얄’ 이라는 장르가 주는 긴박감, 또는 절박함 같은 느낌이 많이 희석됩니다. 파밍은 재미있는데, 전투는 그닥, 뭐 그런 느낌을 많이 받는 것 같습니다. 더구나 탈것이 존재하기 때문에(일부 캐릭터는) 도주가 쉽다는 점도 루즈하게 만드는 부분입니다.
디테일한 부분의 배려 부재
뭐... 이건 저만 신경 쓰이는 걸 수도 있습니다.
사실 이건 단점이라기보다는 제 개인적인 불호의 영역에 가깝습니다만, 게임의 몰입감을 해치는 디테일들이 종종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일반적인 마법 판타지 느낌이 물씬 나는 게임인데, 게임 내 등장하는 제한 지역을 ‘자기장’ 이라고 표현합니다. 또한 캐릭터 분류에서 원거리 DPS 들을 ‘원딜러’ 라는 조어로 표현하는 것도 좀 깨더군요. 이런식으로 게임에 들어가 있는 용어나 요소를 완전히 조화롭게 만들고자 하는 느낌이 좀 적었습니다.
몰개성한 캐릭터
이친구를 보고 떠오르는 다른 게임의 캐릭터를 말해보세요.
현재 로얄 크라운에는 20여개가 넘는 캐릭터가 있습니다만, 아직 ‘로얄 크라운’ 만의 캐릭터 디자인(컨셉/비주얼/시스템)이 보이지는 않는 편입니다. 물론, 이미 MOBA 같은 스킬 기반 게임의 캐릭터 수천가지는 나온 시대이니 컨셉의 유사성을 발견할 수 밖에는 없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로얄 크라운’ 만의 시스템을 활용하거나 재미있게 변주를 준 컨셉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쉽게 말해 대부분 생김새만 봐도 어떤 타입일지 바로 보입니다. 이처럼 지나치게 스테레오 타입에 묶여있어 흥미가 떨어집니다.
‘영원회귀: 블랙 서바이벌’ 의 경우 독자적인 스킬 매커니즘이나 변칙적인 컨셉을 섞어서 플레이 자체가 매력적인 캐릭터를 여럿 만들어냈고, ‘리그 오브 레전드’ 도 이미 챔피언이 150가지를 넘어섰는데도 아예 기술적으로 새로운 매커니즘을 구현해서 돌파구를 찾는 점과 대조됩니다. 물론 아직 초창기이니 만큼 추후 추가될 캐릭터들을 지켜봐야 하지만, 아직은 캐릭터 자체의 매력이 상당히 부족합니다.
■ 장점
아기자기한 그래픽
하다보면 스킨 하나 사서 입혀주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이 게임의 최대 매력 포인트는 역시 그래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악튜러스’ 부터 계보가 이어져 온 2D+3D의 아기자기한 동화풍 그래픽을 이 게임은 풀 3D 임에도 잘 구현했다고 보여집니다. 그만큼 굉장히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스타일이고, 이런 아트 스타일에 배틀로얄이라는 자비심 없는 장르가 결합되었다는 점에서도 꽤 흥미를 끌었죠.
‘PUBG’ 의 경우 그 구소련 느낌 물씬 나는 실사 그래픽이 누군가에게는 호불호 요소였음을 고려하면 대중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스타일은 플러스 요소입니다. 물론 객관적인 그래픽 스펙은 다소 떨어집니다. 이를 좋은 아트 스타일로 커버하는 쪽이라 할 수 있겠네요.
시스템의 익숙함
여기 있는 것들만 눌러봐도 대충 어떤 캐릭터이고 어떻게 플레이해야할지 직관적으로 전달 됩니다.
지난해 ‘영원회귀: 블랙 서바이벌’ 의 대성공의 요인 중 하나는 바로 ‘익숙함’ 이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아무리 좋은 게임이라도 들어가 있는 시스템 모두가 낯설고 새롭다면 적응 시간이 많이 필요하고, 적절히 익숙함과 독창성을 조화시키는게 모범적인 답안이죠. 기본적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MOBA의 조작, 전투 룰을 주지시키고 그 위에 자기들만의 배틀로얄 공식을 얹은 선택이 매우 탁월했다고 생각합니다.
‘로얄 크라운’ 은 오히려 ‘영원회귀’ 보다 먼저 서비스를 시작한 게임으로서(2020년 4월) 같은 전략을 취하고 있고, 그 덕분에 이 게임은 우리에게 상당히 익숙하게 느껴집니다. 튜토리얼에서 포털 사용 같은 몇가지 요소만 익히고 나면 대충 게임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눈에 보이고, 이런저런 새로운 캐릭터를 플레이 하면서 이 게임만의 요소를 느끼는 과정이 쉽게 이루어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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